한때 세계 최정상 조코비치를 꺾으며 전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한국 선수 정현. 그는 2018년 호주 오픈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경기력으로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잦은 부상과 긴 재활 기간으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많은 팬들은 그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최근 정현이 다시 챌린저 대회와 ITF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그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다시 그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현이 조코비치를 꺾던 당시의 전성기와 현재 복귀 이후의 경기력을 비교하며, 그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본다.

조코비치와의 승부, 정현의 전성기 분석
2018년 1월, 호주 오픈 16강전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정현은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를 상대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었다. 정현은 그 경기에서 단순히 승리한 것이 아니라, 기술, 체력, 멘탈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완성형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백핸드 라인 드라이브, 정확한 타점에서의 리턴, 탄탄한 베이스라인 수비력은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전 세계 언론은 정현을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중심으로 조명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도 “그는 미래의 톱10에 들어갈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날의 경기는 한국 테니스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정현은 이후 4강까지 진출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 4강 진출자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세계 랭킹도 한때 19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드코트에서 연이어 강행군을 소화하던 정현은 피로골절과 요통,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게 되면서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팬들은 그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코트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복귀한 정현, 현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현은 202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복귀를 알렸다. 장기간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훈련을 이어왔으며, 복귀 무대에서도 여전히 수준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챌린저 대회와 ITF 대회를 중심으로 점차 감각을 회복하고 있는 정현은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내 몸에 맞는 경기력을 찾아가겠다”고 밝히며 점진적 복귀 전략을 택했다. 복귀 이후 정현의 경기를 본 팬들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노련함이 보인다”고 평가한다. 과거엔 폭발적인 민첩성과 체력을 무기로 했다면, 지금은 전략적인 코트 운영과 상대 분석에 기반한 경기 운영이 돋보인다. 특히 긴 랠리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서브 리듬을 활용한 공격 전환 등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물론 여전히 체력적인 한계와 경기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도 존재한다. 장기전이나 백투백 경기 일정에서 체력 저하가 눈에 띄기도 하고, 민첩성에서도 전성기 시절만큼의 기동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랜 공백기를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향후 1~2년간의 관리와 경기 경험 누적을 통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현 본인도 “이제는 완벽한 한 경기보다, 꾸준히 완성된 시즌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새로운 도전에 임하고 있다.
전성기 vs 현재, 정현의 실력 비교
정현의 전성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단순히 신체 능력만으로 그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전성기 시절 정현은 체력과 스피드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랠리의 흐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도하고, 스트로크 타이밍과 방향 전환에서의 민첩성은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반면, 현재의 정현은 그 같은 민첩성보다는 안정성과 전략적인 플레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복귀 이후 경기에서는 다양한 패턴 변화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적극적인 포핸드 위주 전술을 구사했다면, 지금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슬라이스와 네트 플레이를 병행하고 있다. 이는 체력 소모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포인트를 쌓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다. 멘탈적인 측면에서도 큰 성장이 있었다. 과거 정현은 중요한 포인트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상대가 리드할 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복귀 후 몇 차례의 경기에서는 매 세트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템포를 유지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전성기의 정현은 ‘신체적 완성도’에서의 정점이었다면, 현재의 정현은 ‘기술적 노련미’와 ‘경험치’를 갖춘 또 다른 완성형 선수의 모습이다. 물론 둘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정현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의 테니스를 만들고 있으며,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앞으로 그가 주요 ATP 대회에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조코비치를 꺾었던 정현, 이제는 단순한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다시 현실로 돌아온 챔피언을 꿈꾸고 있다. 여전히 도전 중인 그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한 경기력 유지와 철저한 몸 관리다. 정현은 자신의 경기를 다시 만들고 있으며,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가 또 한 번 이뤄낼 기적을 믿고 응원하는 것이다. 그가 보여줄 두 번째 전성기를 함께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