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까지는 여러 스타 선수들의 피와 땀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헌신적인 지도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형택, 정현, 권순우 등 세계 랭커로 성장한 한국 테니스 스타들의 뒤에는 한 명의 이름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윤용일' 코치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선수 개개인의 성향, 멘탈, 삶의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며 대한민국 테니스의 중흥기를 이끌어온 중심 인물이다. 이 글에서는 윤용일 코치의 철학과 훈련 방식, 그리고 그가 어떻게 한국 테니스의 빛나는 이름들을 길러냈는지를 심층 분석해본다.

이형택의 성장 비화, 윤용일의 역할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그가 2000년대 초반 ATP 투어에서 활약하며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이면의 지도자에 주목했다. 윤용일 코치는 이형택이 어린 시절부터 가능성을 발견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코치는 초기부터 체계적인 피지컬 트레이닝과 심리 훈련을 병행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선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해, 기술 외에도 체력과 멘탈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이형택이 국제 대회에서 겪는 낯선 환경과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실제 경기와 유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또한, 윤 코치는 "기술은 연습으로 익힐 수 있지만, 마음은 이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선수와의 소통을 중시했다. 그는 이형택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기보다는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권유하며 자율적 회복을 유도했다. 이러한 섬세한 접근은 이형택이 장기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해준 심리적 버팀목이 되었다.
윤 코치의 철학은 단순히 승리를 위한 기술 전달을 넘어서, ‘선수 중심’의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된 것이었다. 이형택은 훗날 인터뷰에서 "윤 코치님은 내 인생을 함께 설계해준 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지대했다.
정현의 유소년 시절, 윤용일과의 만남
정현은 시력 이상이라는 약점을 안고 테니스 선수로서의 길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이가 바로 윤용일 코치였다. 정현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윤 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을 받으며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결국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윤 코치는 정현의 한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반사신경과 타이밍 감각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단순 반복 훈련이 아닌 상황 중심의 '시뮬레이션 플레이'를 통해 정현이 실전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멘탈 훈련 또한 매우 중시되었다. 정현은 종종 승부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실수를 반복할 때 자신감을 잃는 경향이 있었는데, 윤 코치는 "지금보다 잘하려 하지 말고, 지금의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로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는 정현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운 핵심이었다.
특히 윤 코치는 ‘기록 관리’를 철저히 했다. 정현의 매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의 플레이 패턴과 약점을 숫자로 시각화해 전략을 수립했다. 이는 정현이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2018년 호주오픈 4강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정현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윤용일 코치님은 나에게 테니스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도 함께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코치의 영향력이 단지 코트 위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권순우의 폭발적 성장 뒤 숨겨진 코칭
권순우는 2020년대 들어 한국 테니스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빠른 풋워크와 공격적인 스타일, 거침없는 승부욕이 돋보이는 그는 윤용일 코치와의 인연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었다. 특히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였다.
윤 코치는 권순우에게 단순히 경기 기술을 전수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권순우의 성향에 맞춘 ‘자기주도 훈련 방식’을 제안하며, 선수 스스로 전략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권순우는 실제 경기 중 빠른 판단과 창의적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멘탈 트레이닝도 빼놓을 수 없다. 윤 코치는 권순우에게 ‘감정일지’를 쓰게 하여, 경기 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분석하게 했다. 이는 경기 중 감정 컨트롤을 향상시키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코치는 매 훈련 후 '피드백 타임'을 통해 선수와 대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윤 코치는 권순우의 일상 루틴, 식단, 수면, 스트레칭 등 선수 생활 전반에 관여하며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세심한 관리 덕분에 권순우는 경기 외적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꾸준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권순우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윤용일 코치님은 나를 선수가 아닌 사람으로 먼저 이해해주신 분”이라며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나도 자신을 믿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칭이 기술 이전에 ‘신뢰’에서 출발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용일 코치는 단순한 테니스 지도자를 넘어, 선수 인생 전반을 설계하는 ‘인생 코치’였다. 이형택의 국제 무대 진출, 정현의 기술과 멘탈 성장, 권순우의 전술적 진화까지, 그의 손을 거친 선수들은 모두 뚜렷한 철학과 자기주도적 태도를 갖췄다. 앞으로도 한국 테니스가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윤 코치와 같은 ‘진짜 스승’이 더 많이 필요하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윤용일 코치의 지도 철학에서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